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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이론안의 간격메우기
  • 글쓴이 : 전현희 작성일 : 04-03-11 13:50 조회 : 4,792

http://www.koreabumo.com에서 퍼온것입니다.

 

【 대상관계이론 안의 간격 메우기 】

한국현대정신분석학회(가칭) 제1회 연구모임
2002년 4월 13일(토) 발표자: 이재훈

대상관계 이론 안의 간격 메우기

서론

대상관계 이론은 하나의 통일된 이론이 아니라 여러 개의 다양한 이론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이론이 보다 효과적인 치료 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함께 통일성을 지닌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되어진 이러한 통합이론 형성을 위한 시도들은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고 평가된다.(예컨대, F. Summers, 1994; Jill & David Scharff, 1998; Hamilton, 1992)
대상관계 이론 안의 간격 메우기라는 생각은 그 동안 대상관계 이론을 하나의 모자이크 이론이라고 생각하던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좀더 명료한 통합이론으로 생각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과정을 통해 대상관계 이론에 대한 우리의 이해의 지평이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맥락에서 발제자는 두 가지 작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DSM IV에 나오는 성격장애 범주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해보고, 둘째 대상관계 이론들 사이의 간격들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들을 제안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확립된 결론이 아니라 열려있는 생각들이며 활발한 논의와 의사교환을 위한 것임을 밝혀둔다. 여기에서 DSM IV의 성격장애를 다루는 이유는 이 범주가 정신분석학이 정신의학적 분류에 끼친 영향의 결과이며, 특히 대상관계 이론의 영향 아래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편집적 성격장애는 클라인의 이론에, 분열성 및 분열형 성격장애는 페어베언의 이론에, 연극성 성격장애는 위니캇의 이론에, 경계선 성격장애는 컨버그의 이론에, 그리고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코헛의 이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알다시피 이 범주는 일반적인 상담 실제에서 환자들을 평가하고 진단하는 체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상관계 이론들 사이의 차이와 연관성에 대한 적절한 이해 없이 이러한 범주들이 진단체계로 사용된다면, 환자들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DSM IV의 성격장애를 다루는 또 한가지 이유는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대상관계 이론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갈 수 있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1. 성격장애에 대한 정신의학적 분류 안의 틈새 메우기

가. 성격장애의 분류--DSM IV

■ 편집적 성격 장애(Paranoid Personality Disorder)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만연하여 그들의 동기가 악의적이라고 해석됨. 초기 아동기에 시작되어 다양한 맥락에 존재. 네 가지 이상.
(1) 충분한 근거 없이도 타인들이 자신을 착취하고 해를 주거나 속인다고 의심
(2) 친구나 동료의 성실성이나 신용에 대한 부당한 의심에 집착
(3) 정보가 자신에게 악의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부당한 공포 때문에 터놓고 이야기를 꺼린다.
(4) 사소한 말이나 사건 속에서 자기의 품위를 손상시키려하거나 위협적인 숨겨진 의도를 해석한다.
(5) 원한을 오랫동안 풀지 않는다. 예를 들면, 모욕, 상해, 혹은 경멸을 용서하지 않는다.
(6) 타인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성격이나 명성이 공격당했다고 느끼고 즉시 화를 내거나 반격한다.
(7) 이유 없이 배우자나 성적 파트너의 정절에 자꾸 의심한다.

■ 분열성 성격 장애(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만연된 유형의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거리 두기와 정서적 표현의 제한된 범위.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며 다양한 상황에서 드러나며, 다음 중 네 가지 이상을 충족.
(1)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을 포함하여 친밀한 관계를 바라지도 즐기지도 않는다.
(2) 거의 항상 혼자서 하는 활동을 선택한다.
(3) 다른 사람과 성 경험을 갖는 일에 거의 흥미가 없다.
(4)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소수의 활동에만 즐거움을 얻는다.
(5) 직계 가족 이외에는 가까운 친구나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없다.
(6) 타인의 칭찬이나 비평에 무관심해 보인다.
(7) 냉담, 고립, 혹은 단조로운 정동을 보인다.

■ 분열형 성격 장애(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

친밀한 관계에서의 감소된 능력과, 심한 불편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만연된 유형의 사회적 및 대인관계에서의 결함뿐만 아니라 인지적이거나 지각적인 왜곡과 행동의 특이성. 네 가지 이상.
(1) 관계 망상적 사고
(2)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하위 문화의 기준에 맞지 않는 괴이한 믿음이나 마술적인 사고
(3) 신체적 착각을 포함한 유별난 지각 경험
(4) 괴이한 사고와 언어
(5) 의심이나 편집적인 사고
(6) 부적절하거나 메마른 정동
(7) 괴이하고, 엉뚱하거나 특이한 행동이나 외모
(8) 직계가족 외에는 가까운 친구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9) 과도한 사회적 불안이 친밀해져도 줄어들지 않는데, 이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편집적인 두려움 때문이다.

■ 반사회적 성격 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만연된 유형의 다른 사람의 권리의 침해나 무시. 15세부터 있어옴. 18세 이상.
15세 이전에는 품행 장애의 증거. 세 가지 이상.
(1) 법에서 정한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못하고, 구속당할 행동을 반복하는 양상
(2) 개인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한 반복적인 거짓말, 가명을 사용하거나 타인을 속이는 것.
(3) 충동성 또는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함
(4) 빈번한 육체적 싸움이나 폭력에서 드러나는 과흥분성과 공격성
(5)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는 무모성
(6)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하거나 채무를 청산하지 못하는 등 지속적인 무책임성
(7) 자책의 결여,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학대하거나 절도행위를 하고도 무관심하거나 합리화하는 양상

■ 경계선적 성격 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만연된 유형의 대인관계, 자아상, 정동에서의 불안정성과 뚜렷한 충동성. 다섯 가지 이상.
(1) 실제 혹은 상상된 유기를 피하려는 필사적인 노력들
(2) 불안정하고 강렬한 대인 관계
(3) 정체성 장애
(4) 충동성
(5) 반복 발생적인 자살 행동
(6) 정서적 불안정성
(7) 만성적인 공허감
(8) 부적절하고, 과도한 분노감
(9) 일시적인 편집적인 사고

■ 연극성 성격 장애(Histrionic Personality Disorder)

만연된 유형의 과도한 정서성과 관심 추구. 다섯 가지 이상.
(1) 자신이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편해한다.
(2) 다른 사람과의 행동에서 흔히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성적으로 유혹적이거나 도발적인 행동이 특징적이다.
(3) 빠른 감정의 변화 및 감정 표현의 천박성을 보인다.
(4) 자신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 항상 육체적 외모를 사용한다.
(5) 지나치게 인상적으로 말하면서도 내용은 없는 대화 양식을 갖고 있다.
(6) 자기 연극화, 연극조, 과장된 표현을 한다.
(7) 피암시성이 높다.
(8) 대인관계를 실제보다 더 친밀한 것으로 생각한다.

■ 자기애적 성격 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만연된 유형의 과대성, 칭송에 대한 요구, 공감의 부족. 다섯 가지 이상.
(1)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장된 지각
(2) 끝없는 성공에 대한 공상과 권력, 탁월함, 아름다움, 또는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공상에 자주 사로잡힌다.
(3) 자신이 특별하고 독특하다고 믿고, 특별한 사람이나 상류층의 사람들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또한 그런 사람들하고만 어울려야한다고 믿는다.
(4) 과도한 찬사를 요구한다.
(5) 특권 의식을 갖는다.
(6) 대인관계가 착취적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들을 이용한다.
(7)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8) 자주 타인들을 질투하거나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 질투하고 있다고 믿는다.
(9) 거만하고 방자한 행동이나 태도를 보인다.

■ 회피성 성격 장애(Avoidant Personality Disorder)

만연된 유형의 사회적 억제, 부적절감,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과잉 민감성. 네 가지 이상
(1) 비난, 꾸중, 또는 거절이 두려워서 대인관계가 요구되는 직업활동을 회피한다.
(2) 호감을 주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상대방과의 만남을 피한다.
(3) 창피와 조롱을 당할까 두려워서 친밀한 관계를 제한한다.
(4) 사회 상황에서 비난이나 버림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5) 자신이 부적절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는 위축된다.
(6)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무능하고, 개인적인 매력이 없으며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7) 쩔쩔매는 모습을 들킬까봐 두려워서 새로운 일이나 활동을 시작하기를 꺼린다.

■ 의존적 성격 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

보호받는 것에 대한 광범위하고 과도한 요구, 그것은 복종적이고 매달리는 행동, 분리에 대한 공포로 이끈다.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며,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나타나고, 다음 중 5개 이상의 항목.
(1) 타인의 충고와 안심 없이는 일상적인 일을 결정 내리지 못한다.
(2) 자신 인생의 매우 중요한 영역까지도 책임을 맡을 수 있는 타인을 필요로 한다.
(3) 지지나 칭찬을 상실할 거라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타인에게 반대 의견을 말하기가 어렵다.
(4) 자신의 일을 혼자서 시작하거나 수행하기가 어렵다(동기나 활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판단이나 능력에 대한 자기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
(5) 타인의 보살핌과 지지를 얻기 위해 과도하게 노력한다. 심지어는 불쾌한 일도 자원함.
(6) 혼자 있으면 불편하고 무력해지는데, 혼자 힘으로 해나갈 수 없을 것 같은 과도한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7) 친밀한 관계가 끝났을 때 보호와 지지를 얻기 위해 또 다른 관계를 즉시 추구한다.
(8) 스스로 돌보아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데에 대한 두려움에 비현실적으로 빠져든다.

■ 강박적 성격 장애(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

만연된 유형의 정리 정돈, 완벽주의, 정신적이고 대인관계적인 통제에의 집착.
유연성, 개방성, 효율성을 희생. 네 가지 이상.
(1) 사소한 세부사항, 규칙, 목록, 순서, 시간 계획이나 형식에 집착하여 큰 흐름을 잃고 만다.
(2) 일의 완수를 방해하는 완벽주의를 보인다.
(3) 여가 활동과 우정을 나눌 시간도 희생하고 지나치게 일과 생산성에만 몰두한다.
(4) 도덕, 윤리 또는 가치 문제에 있어서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고지식하며, 융통성이 없다.
(5) 닳아빠지고 무가치한 물건을, 감상적인 가치조차 없을 때라도 버리지를 못한다.
(6) 타인이 자신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타인에게 일을 맡기거나 같이 일하기를 꺼린다.
(7)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인색하다.
(8) 경직성과 완고함을 보인다.

나. 성격장애의 정신의학적 분류가 지닌 문제점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성격장애 범주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이 범주는 역동적, 발생적, 발달적 관점을 제외한 채 현상적 또는 증상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피상적일 수 있다.

둘째, 이 범주는 정신분석학적 분류체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신경증, 경계선 장애, 정신병으로 분류해왔는가 하면, 현대 정신분석학에서는 성격장애, 경계선 장애, 정신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성격장애 범주 안에 경계선 장애와 분열형 장애를 포함시킴으로써 혼동을 야기하고 있다.

셋째, 분열성 상태(schizoid state), 자기애적 장애, 그리고 의존적 성격장애의 문제는 서로 다른 이론체계들로부터 온 것들로서, 이것들은 서로 다른 내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은 동일한 문제의 다른 측면들일 수 있다. 편집적 장애는 클라인의 이론에, 분열성 상태는 페어베언의 이론에, 자기애적 장애는 코헛의 이론에, 경계선 장애는 컨버그의 이론에, 연극성 장애는 위니캇의 이론에 그리고 의존적 장애는 말러의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서, 이것들 각각은 그 정도에 따라 정상, 성격장애, 경계선 장애, 정신병 모두를 관통하는 문제이다.

다. DSM IV의 분류를 재구성하기

.*** 수정된 분류

..................................... 분열성.......................... 자기애적................ 편집적................... 의존/독립

성격장애(신경증 포함).... 분열성, 회피성,강박적.... 자기애적, 연극성.... 편집적................... 의존

경계선장애..................... 분열형.......................... 자기애적................ 반사회적............... 의존

정신병적 장애................. 정신분열....................... 정신분열............... 편집적 정신분열..... 정신분열

* 분열성 축과 자기애적 축은 본질적으로 자기의 상태에 관한 것이므로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통합될 수 있을 것이며, 편집적 축과 의존/독립 축 외에도 애착관계의 축과 참/거짓자기 축 등도 첨가될 수 있을 것이다.


2. 대상관계 이론 안의 간격들: 클라인, 페어베언, 위니캇, 코헛을 중심으로

(1) 편집적 자리와 분열적 자리
클라인은 분열적 상태에 대한 페어베언의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자신의 편집적 자리에 대한 연구와 통합했다. 그녀가 보기에 분열적 상태는 편집적 자리의 일부분으로서 이 둘은 서로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두 개념이 하나로 통합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여기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몇 가지 간격들이 있다.
첫째, 최초 상태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클라인은 자아의 발달이 처음부터 분열과 함께 시작된다고 함으로써 분열 이전의 자아 상태가 존재한다고 보았고, 페어베언도 마찬가지로 온전하고 통합된 하나의 자아 상태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클라인이 편집-분열적 자리를 모든 유아가 거쳐가야 하는 정상적인 것으로 본 반면, 페어베언은 분열적 상태를 모든 유아가 아니라 심각한 상처를 겪게 되는 유아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로 본데 있다.
둘째, 그 두 사람이 사용하는 자아의 개념이 다르다. 클라인은 프로이트가 사용한 의미로 자아를 사용했지만, 페어베언은 자기 개념에 가까운 의미로 자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셋째, 내적 대상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르다. 클라인에게 내적 대상은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페어베언에게 내적 대상은 나쁜 대상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차이는 페어베언이 소위 중심적 자아 안에 내면화되는 좋은 대상을 내적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데 기인한다. 즉, 페어베언에게도 좋은 내적 대상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넷째, 편집적 자리와 분열적 상태라는 내적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과정이 다르다. 클라인은 연약한 자아가 죽음 본능의 요소를 바깥으로 투사함으로써 발생한다고 본 반면, 페어베언은 실제 대상과의 경험을 분리시킴으로써 발생한다고 보았다. 클라인이 죽음 본능을 내생적인 것으로 본 반면, 페어베언은 죽음 본능에 대한 가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격적인 충동을 실제 대상과의 좌절에 따른 반응으로 보았다.
다섯째, 편집적 자리와 분열적 자리를 클라인이 주장했듯이 동일한 하나의 심리적 자리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건트립은 이것을 하나의 자리로 볼 것이 아니라 두 개의 독립적인 심리적 자리로 취급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 이유는 편집적 자리와 우울적 자리가 모두 대상관계적 자리인 반면, 분열적 자리는 대상으로부터 도피한 대상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임상 상황에서 이 두 자리 사이의 변동이 자주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 주된 증상의 측면에서 정반대의 현상을 드러내는 이 둘을 하나로 묶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대로 이 둘을 독립된 심리적 자리로 간주한다면, 과연 그 둘 중의 어느 것이 보다 근원적인 병리적 자리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 두 이론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위에 지적한 다섯 가지 차이점 중에 처음 세 가지는 중심적인 차이가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 번째 차이점인 죽음 본능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다양성의 문제가 아니다. 섬머스는 이 점에 대해 클라인의 죽음 본능에 대한 가설은 더 이상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클라인 이론은 죽음 본능 가설 없이도 충분한 가치와 타당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다섯 번째 차이점에 대해서는 편집적 상태를 원래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분열 상태에 대한 방어로 보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마이쓰너는 편집증이 상처입은 자기에 대한 방어체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편집증과 심리치료, 한국심리치료연구소 참고) 페어베언 자신도 편집증을 자아 분열에 따른 다양한 방어체계들 중의 하나로 보았다.

(2) 우울적 자리와 분열성 상태
클라인은 우울적 자리라는 개념 안에 우울증의 토대가 되는 초기 우울적 자리와 건강한 성격의 토대가 되는 성숙한 우울적 자리 모두를 포함시켰다. 페어베언에게 있어서 초기 우울적 자리는 자아 분열의 문제로서, 다만 그 고착점이 초기 구강기가 아닌 후기 구강기라는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클라인의 성숙한 우울적 자리는 페어베언의 이론체계 안에서 상대적으로 분열되지 않고 통합을 이룬 자아의 상태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클라인이 서술한 우울적 자리의 성숙과정은 본질적으로 분열적 상태의 극복과정에 대한 서술이라고 볼 수 있다.

(3) 분열성 상태와 참/거짓자기
위니캇은 거짓자기 병리를 분열성 문제의 한 종류로 보았고, 분열성 성격장애의 한 부류로 분류했다. 일반적으로 분열성 성격이 현실을 버리고 내적 세계 또는 공상세계로 도피하는 반면에, 거짓자기는 내적 세계를 버리고 현실세계에 순응하는 쪽을 택한다. 이처럼 이 둘은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상 이 둘은 동일한 역동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둘 모두에서 자기의 핵심은 또는 참자기는 안으로 숨어들기 때문이다. 그 차이는 거짓자기에 있어서 페어베언이 묘사한 분열성 병리보다 뛰어난 적응능력을 가졌다는데 있다.
이것보다 더 큰 간격은 위니캇의 이론 자체 안에 있다. 그는 거짓자기 개념을 모든 정신병리를 관통하는 중심적인 문제로 제시했다. 따라서 이 개념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광범위한 의미에서 거짓자기 문제는 모든 병리를 포함하는 문제인 반면, 좁은 의미에서 거짓자기는 분열성 성격장애의 한 부류를 지칭한다. 위니캇은 자신의 이론 전반에 걸쳐서 참자기/거짓자기 개념을 중심적인 개념으로 제시했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것이 마치 주변적인 개념인 것처럼 그 적용 범위를 제한했다. 그러나 이 개념은 좀더 확장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참자기의 뿌리
위니캇은 참자기가 원본능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주장은 참자기에 관한 그의 이론 전체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참자기는 성본능보다는 놀이본능에 속해있으며 그것의 본질은 창조성과 개성이다. 크리스토퍼 볼라스는 그의 책 「운명의 힘」(Forces of Destiny)에서 이러한 혼돈을 밝혀주었는데, 그에 따르면 이 부분은 위니캇 자신이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었다.

(5) 분열성 상태와 자기애적 상태
페어베언과 코헛 모두는 자기의 상태에 관심을 가졌다. 비록 페어베언이 자아라는 용어를 계속해서 사용했으나 그가 말하는 자아는 자기에 해당한다. 페어베언은 원래 통일성을 지녔던 자기가 분열되는 과정을 묘사했고, 코헛은 파편화된 자기의 요소들이 차츰 응집력을 획득해 가는 과정을 묘사했다. 양쪽 모두 건강한 자기는 힘있고 기능적인 반면, 병리적인 자기는 무력하고 적절히 기능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이 두 이론을 하나의 이론으로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이 두 이론이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통합적인 관점을 갖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는 자기의 상처가 분열된 자기 또는 응집력 없는 자기를 가져온다고 보았는데, 페어베언은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경험을, 코헛은 자신이 인정받고 찬양받고 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경험을 그러한 상처의 중심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상처 입은 자기가 드러내는 현상으로 페어베언은 약한 자기와 함께 억압된 나쁜 내적 대상관계 패턴에 사로잡히는 것을 강조한 반면, 코헛은 자기의 무력감에 대한 방어로서 과대주의적 및 과시주의적 특성을 강조하였다. 이 과정에서 코헛은 일차적 자기애의 상태를 가정함으로써 과대적이고 과시적인 요소를 인간의 자기가 갖는 본래적인 특성으로 본 반면, 페어베언에게서 이 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두 사람 모두는 인간을 의존적인 존재로 보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페어베언은 인간이 독립을 향해 발달해 가는 존재가 아니라 다만 보다 성숙한 의존을 향해 발달해 간다고 보았으며, 코헛 또한 인간은 비록 성숙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죽을 때까지 자기대상을 필요로 한다고 보았다.
페어베언과 코헛 모두는 공격성을 타고난 요소로 보는데 반대하였고 그보다는 좌절에 대한 반응으로 보았다. 페어베언에게 있어서 그것은 억압과 분열을 가져오는 요소로 취급되고 있고 코헛에게 있어서 그것은 격노와 파편화 반응을 가져오는 요소로 취급되고 있다. 이 두 사람 모두에게 있어서 공격성은 부정적이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공격성을 본능의 표현으로 보지 않으면서도 그것의 본래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모습은 위니캇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공격성은 생명력의 일부이며, 성격 안에 통합될 때 인격의 힘이 되는 그 무엇이다.
페어베언과 달리 코헛은 응집력 있는 자기를 형성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퇴행현상으로서 성도착 환상이나 행동을 강조했는데, 이 점은 코헛의 특수한 공헌으로 간주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는 치료를 가져오는 요인으로서 환자가 치료자와 갖는 관계의 질과 환자에 대한 치료자의 태도를 강조했는데, 페어베언은 치료자의 인격적인 좋음의 요소를, 코헛은 공감적인 태도와 반응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이러한 요소가 내면화됨으로써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다만 페어베언의 이론에서 좋은 대상의 내면화 과정보다는 억압된 나쁜 대상의 축출이 강조된 반면, 코헛의 이론에서는 내면화와 함께 자기대상이 자기의 구조와 기능으로 변형되는 소위 변형적 내면화 과정이 강조되었다.

(6) 최적의 좌절 대 최적의 반응성
코헛은 소위 변형적 내면화를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 최적의 좌절을 꼽았다. 이것은 클라인이나 페어베언에게는 없는 개념인데 반해, 위니캇의 이론 안에는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위니캇에게 있어서 엄마가 유아에 대한 전적인 적응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는 것은 유아로 하여금 현실의 모욕에 의해 압도당하지 않으면서 현실을 만나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형성하는 촉진 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에 반해 코헛에게 있어서 이 개념은 마치 엄마가 발달의 어느 시점에 의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처럼 제시되고 있다. 어느 순간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위한 자기대상이 되어주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좌절을 주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공감적 반응을 주는 자세에서 좌절을 주는 자세로의 전환은 환자의 심한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에 있어서 치료자는 의도적으로 좌절을 주는 것이 아니며 그 좌절은 항상 최적의 공감적 반응을 줄 수 없는 불가피한 인간의 한계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코헛 학파 내에서도 최적의 좌절 개념은 최적의 반응성(optimum responsiveness)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반해 위니캇의 이론 체계 안에서 직면은 여전히 유용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치료자는 얼마 동안의 무조건적인 수용과 안아주기를 제공하지만, 계속해서 자신을 방어하는 거짓자기 인격일 경우 직면만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치료자는 환자의 공격성에 노출될 각오를 해야하며, 그 공격성에 대해 보복하지 않고 살아남음으로써 환자를 허구의 세계로부터 진실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다고 본다. 공격성과 관련된 위니캇의 통찰은 코헛 심리학이 결핍하고 있는 것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7) 질 & 데이빗 샤르프 박사의 통합모델
질 샤르프 박사와 데이빗 샤르프 박사 부부는 페어베언의 이론을 기본 축으로 하여 클라인과 위니캇의 이론을 하나의 치료이론으로 통합하는데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Scharff & Scharff, Object Relations Individual Therapy, 1998). 그는 이 세 사람을 핵심으로 하여, 발린트, 비온, 볼라스, 보울비, 등의 이론을 통합했을 뿐만 아니라, 혼돈이론과 가족치료 이론까지도 훌륭하게 통합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아직 완전한 통합 이론은 아니며 앞으로 좀더 포괄적인 통합 이론을 형성해낼 필요가 있다.
다음은 샤르프 박사 부부의 기본적인 이론적 모델을 보여주는 도표들이다.

맺으면서
프랭크 섬머스(Frank Summers, 1994)는 그의 책, Object Relations Theories and Psychopathology에서 하나의 통합된 대상관계 정신분석적 패러다임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이론가들을 비평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그 차이점들을 넘어서 각 이론들이 서로를 보완해주는 통합적 이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국내에도 대상관계 이론에 대한 소개가 꾸준히 이루어져왔다. 이제는 이 이론이 단순히 이론을 위한 이론이 아니라 심리치료를 위한 이론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합된 치료모델로 제시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통합이란 모든 다양성들을 제거한 단일한 이론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다양성 속의 일치라는 개념에 더 가까울 것이다. 다양성 속의 일치에 도달하기 위해 활발한 논의와 열린 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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